socially retarded

먹은 것 정리 - hello, bonon+다동커피집+커피디자인+두르가+마미인더키친+도리방

- hello, bonbon
전시된 토마토 통조림 통, 주방에서 모자라면 갖다 쓰는 거 아냐 후훗 했는데 주방으로 가져가는 모습을 목격. 물과 냅킨은 셀프, 불편. 서버는 1명이 기본, 가끔 2명, 부르기 불편. 실내 흡연 가능,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음. 스파게티 익힌 정도는 여전히 좋다.
1. 무슨... 기억 안 나는 리조또
별로. 좀 질척한 볶음밥. 여기선 리조또 먹지 말아야겠다.

2. 봉골레
좋았다.
다만 이 때 내가 코+목감기에 걸려 있어서, 한 입 먹고 크림 먹을걸 후회했다.
해감이 살짝 덜 되긴 했다. 바다맛이 진하게 난다. 올리브 오일 향은 잘 안 난다. 감기 때문이 클 것.

3. 미켈란젤로
먹어 본 로제 소스 파스타 중 최고.
본래 로제 소스란 토마토도 아니고 크림도 아니고 어중간한 것이 별로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둘의 장점만 모았다. 어찌 이럴 수 있는지. 첫 입을 씹으니 토마토의 향이 죽지 않았으면서도 크림으로 인한 농후한 맛이 추가로 기다리고 있다.

4. 삐깐테
토핑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얇게 썬 양송이와 양파, 베이컨이 있던 건 기억이 나는데... 이름은 맵지만 별로 안 맵고. 크러스트가 페스츄리, 도우도 페스츄리. 덕분에 식어도 질기지 않고. 버터(마가린일 지도;) 맛이 오래 남는다. 배가 불렀는데도 피자가 먹고 싶어 고민하다 시켰던 건데 동행들 모두 아주 맛있다고 감탄하며 잘 먹었다.


- 다동 커피집
다른 곳들과 드립 방식이 다르다. 20ml~30ml 정도로 아주 적게 내린 후 20배로 희석한다. 수색을 보고 깜짝 놀랐다. 흔히 생각하는 그 검고 검은 색이 아니야. 엷게 우린 홍차에 가까운 빛. 커피 색이 이렇게 맑을 수 있는 줄 몰랐다. 예쁘다. 커피를 좋아하면서도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커피의 그 검은 색이 싫었는데(양 웬리는 인류가 검은 음료를 마시기 시작하며 발전을 멈췄다고 했지). 엷게 희석해 '커피맛'으로 인지하는 맛은 나지 않으나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단어가 미묘하나, '카페'라기보단 '커피집'이다. 처음에 주변 장식장의 먼지를 보고 놀라다. 커피 관련 여러 물품도 판매한다. 재미있어 보인다. 허브차도 있다.
무한 리필이 된다. 품목이 정해져 있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음료 3천 원이라는 놀라운 가격.
1. 예르가체페
최고! 예르가체페에서 고구마 향이 난다는 말은 들었지만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 향 덕분인지 고구마 맛도 나는 것 같고? 살짝 달큰하고. 물 단맛이 난다. 평소 이디오피아 드립에서 느끼던, 그리고 이디오피아의 특징이라는 신 맛은 거의 나지 않고. 상쾌함으로 분류되는 신 맛은 나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아주 맛있다. 계속 생각나서, 마시고 온 날 잠을 못 이루었다. 지금도 생각나네.
콜럼비아가 없어서 못 마셨는데 다음엔 콜럼비아도 꼭 마셔 보고 싶어.
다른 사람들을 꼭 데려가고 싶은 가게, 꼭 마셔 보게 하고 싶은 메뉴. 남들 앞에서 이 커피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 눈이 번쩍인다고 한다.

2. 마일드, 레귤러, 스트롱
이름은 블렌딩과 로스트 방식의 차이. 자세히 설명을 들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이디오피아와 콜럼비아의 블렌드였던 것 같은; 마일드에서 예르가체페의 향이 가장 뚜렷이 느껴졌다. 레귤러 이하는 신 맛이 너무 강해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3. 에스프레소
내가 마신 것만 그랬던 걸까...

4. 카푸치노
우유 거품이 촘촘하고 단단하다. 맛있다. 끝내기 민망하네.; 상상할 수 있는 것 중 최상의 등급에 들어갈 카푸치노.


- 커피디자인
1. 콜럼비아
역시 여기 드립 커피 시다. 내 미뢰 중엔 신맛 담당이 많은가 보이. 잘 못 마시겠어서 반 넘게 남기다.
동행은 이디오피아를 마셨으나 난 둘이 구별되지 않는다. 난 여기도, 작은 커피집도, 드립 커피 산지 차이를 모르겠다. 케냐만 조금 구별됨. 저번에 작은커피집에서 마신 엘살바도르는 조금 다른가 싶었으나 산지 차이보다 로스팅 차이인 것 같고.

2. 아메리카노
조금 진한 편, 난 이게 더 좋다. 맛있어. 테이크아웃이었는데 끝까지 즐겁게 마심.
엊그제 마신 작은커피집의 아메리카노에선 담배 맛이 살짝 났다. 웅, 이러면 안 좋은 커피라던데.;


- 두르가
강가보다 싼 가격대에 그만하거나 나은 커리 집은 동대문 인근밖에 알지 못했는데, 종로에서 좋은 곳을 알게 되었다. 가격대는 동대문 인근보다 몇 천 원 비싼 수준. 내가 커리 집에 가면 가장 자주 시키는 종류를 모아 놓은 세트(사모사, 커리, 탄두리 치킨 반 마리, 그린 샐러드, 음료 정도로 구성)가 있어 좋았다. 라씨가 기본으로 포함되어 있어 더 좋고. 난이 아주 맛있다. 동대문 커리집들 4군데에서 난이 가장 맛있었던 에베레스트보다 맛있다. 강가는 가 본 지가 너무 오래 전이라-_-; (따져 보니 6년 쯤 됐군) 난이 어땠나 기억나지 않고. 덜 질기고, 바삭할 때 바삭하고 쫄깃할 때 쫄깃하고. 갈릭 난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맛있게 먹었다. 온몸으로 갈릭이라고 외침. 커리는 향도 점도도 맛도 모두 우수. 양고기가 들어간 것이었는데 고기의 익힌 정도나 크기, 양고기 향도 우수. 탄두리 치킨은 치킨에 살이 조금 적었으나 시즈닝이 스며든 정도나 구운 정도나 아주 마음에 들었다. 라씨는 요구르트가 조금 더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고. 서비스로 짜이를 주는데 우유가 좀 적고 물에 탄 설탕의 맛이 전체에서 붕 떠 있어 돈 주고 마시고 싶진 않았다. 홍차 향은 밀크티 치고 진한 편이었으나 마살라 향이 적다.


- 마미인더키친
1. 향초버섯샐러드
순전히 이게 먹고 싶어서 택한 식당. 내가 먹고 싶어했던 것에서는 조금 바뀌었고, 바뀌기 전을 더 선호한다. 그래도 여전히 맛있긴 하다.
치즈가 슬라이스 되어 조금 올라가는데, 그 때문인지 버섯 향이 약간 죽었다. 그 치즈 구다 치즈라고 생각했는데 전화해서 물어보니 타다노 치즈래. 그게 뭐징...

2. 꼬꼿뜨
소세지가 들어갔다고 해서 수제 소시지를 생각했는데, 호프집에서 모듬 소세지 시키면 나오는 것 같은 길고 가느다란 소시지.; 소스는 떡볶이 맛-_-; 설명대로 바게뜨와 먹으면 맛있음. 바인스위트에서 아주 달콤한 맛이 나는 건 마음에 들었다.

3. 까망베흐치즈닭고기요리
닭고기는 안심인 듯. 아주 부드럽다. 소스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 역시 달콤한 바인스위트가 들어가는데, 이건 잘 안 어울림. 다른 재료도 모두 소스와 잘 어울리고, 익힌 정도는 완벽하다.

4. 크리스마스푸딩
푸딩에서 계란 냄새가 많이 나는 편. 난 그것까지 좋아하긴 하는데, 살짝 거슬린다. 그 외에는 빵의 파삭한 정도나 맛 모두 만족.


- 도리방
1. 참새구이
역시 순전히 이게 먹어 보고 싶어서 갔다.; 한 마리에 삼천 원이니 조금 비싼 감은 있지만 다음에도 가게 된다면 먹을 것 같다. 그런데 여긴 이거 말고 다른 메리트는 없는 집이라.; 뼈째 오독오독 씹어 먹는 게 재밌다. 살점은 별로 없다. 간이 조금 짠 편인데 이래야 맛있지. 구워 나오는 모습이 조금 혐오감을 줄 수 있으나 동행과 나는 그런 거 없이 열심히 먹었다. 우걱우걱.

2. 사케
팔팔 끓인 주전자에서 부어준다. 충분히 뜨거운 것은 좋았으나 계속 끓이고 있는지 향이 별로 없다. 하긴 가게에서 마시는 백화수복이 원래 그렇지. 컵도 플래스틱 컵, 데워주지 않는다. 무난하다.

3. 오뎅탕
동행이 탕 마시고 싶다고 해서 시켰는데, 난 그냥그냥. 다음에 이 가게에 간다면 안 시키고 싶다.

by elvira01 | 2008/12/17 05:42 | 트랙백 | 덧글(6)

"심야식당 1" ★★★

다른 분들이 렛츠 리뷰에 당첨되는 걸 보고 부러워하며 손가락만 빨던 저에게 처음으로 렛츠 리뷰의 기회가 왔습니다. 넹 그 동안은 블로그 계정만 있고 포스트가 없었으니까 당연하겠졍... 기회를 준 이글루스에게 다시금 감사를 :)


어릴 적부터 제 꿈은, 커서 어른이 되면 밤 가게를 여는 것입니다. 뭘 파냐면요, 별의 별 걸 다 할 거예요. 낮에는 시간이 안 나는 사람들, 혹은 생활 사이클이 낮에 맞춰져 있지 않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가게로 만들고 싶어요. 일단 최우선이며 필수는 쌀을 파는 것과 네일 아트를 하는 겁니다. 술은 새벽에도 파는 데가 많으니까 패스. 음료라면 홍차를 내고 싶어요. 커피는 제가 할 줄 모르니까☞☜ 그리고 우체국 업무와 은행 업무도 연계가 가능하다면 하고 싶구요(처리가 바로 되진 않겠지만), 역시 가능하다면 주민등록초본 정도도 뗄 수 있었음 좋겠어요... 꿈이 크다!
평소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어왔던 친구들은 제가 "렛츠리뷰 당첨되었다, 심야 식당이라는 책이다." 라고 말했더니 바로 "너한테 딱 어울리는 제목이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심야 식당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 정해진 메뉴는 돼지 고기 된장국 정식과 술 몇 가지, 술은 1인당 세 병/잔까지만, 나머지는 그 때 그 때 만들 수 있는 한 만든다는 영업 방침. 이런 곳입니다. 딱히 가게 이름은 없지만 사람들은 심야 식당이라고 부르는. 일본 드라마 히어로에도 비슷한 가게가 나오지요. 검사실 사람들이 퇴근하고 자주 가는 술집. 거긴 무슨 메뉴를 시키든지 다 있다는 차이가 있지만요. 책 내용으로 봐서 심야 식당은 신주쿠 번화가 근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는 사람들은 뭐, 새벽에 올 만한 사람들이죠. 폭력 조직원, 스트립 댄서를 비롯해서 만담가나 작사가, 엔카 가수에 여자 레슬링 선수에 등등등.

심야 식당은 음식 만화가 아니예요. 제목처럼 식당 이야기입니다. 번화가에 불이 꺼지기 시작할 시점, 헐렁한 영업 방침에, 수다스럽지 않으며 적당히 따뜻한 주인. 그리고 외로운 사람들. 유추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평소에 마주칠 일 절대 없고,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는 있겠지- 싶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여기에 모이고, 매일 손님을 맞고 보내는 주인에게 그 사람들은 평범한 손님 중 하나일 뿐인 거예요. 손님들은 여기서 작은 가게의 단골들이 형성할 법한 느슨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어 새로이 웃고 밥을 먹지요.

편한 만화입니다. 한 줄로 줄이자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선물로 주기 좋은 만화. 여기서 깜짝 놀랄 만한 감동을 느낀다든가 그런 일은 없겠죠. 선이 가늘고 울퉁불퉁한 그림체인데, 그래서 나오는 여자들은 다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두 번째 에피소드에 나온 진 씨는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안경을 씌워 츠키모리 선생님으로 재활용한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내용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예요.

책의 구성은 소단원에 메뉴 이름 하나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단원은 그 메뉴를 주문한 손님들의 이야기고요. 손님들이 자기 얘기를 주인 상대로 풀어놓는 게 아니라, 메뉴에 얽힌 손님들의 추억, 이 식당에서 메뉴로 얽히는 손님들의 관계, 이런 이야기들입니다. 요시나가 후미의 먹부림 만화처럼 으아! 이거 꼭 먹어 보고 싶다! 외치게 만드는 묘사도 없구요. 심야 식당의 겉에는 '밥집'이란 글자 뿐인데, 이 단어가 이 가게를 가장 잘 묘사합니다. 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나와요. 보통 독자들이 맛을 알고 있는 메뉴. 평범하고 소박한 엄마의 맛을 즐긴다, 익숙한 구도지요.

주인은 손님들에게 먼저 말을 시키지 않아요. 아, 그 메뉴는 이렇게 먹는 게 맛있지요, 하는 정도의 맞장구 뿐. 가만 보면 이 책에 나오는 사람 중 가장 냉정한 사람은 이 주인이 아닐까 싶어요. 남의 일에 절대 정도 이상으로 관여하지 않거든요. 내심 관여해주길 바라는 사람에게도 그럴 것 같아요. 들어 주고, 밥 해 주고, 그게 끝입니다.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 젊은 시절 있었던 많고 많은 사건이 지금을 만들었다는 느낌의 사람. 네, 친절은 후천적으로 붙을 수 있는 습관이죠... 이런 남자에게 반하면 안 됩니다.

책장은 술렁술렁 넘어가고, 어느새 1권이 끝나 있습니다. 렛츠 리뷰로 받은 건 1권 뿐이고, 현재는 2권까지 출간이 되어 있습니다. 2권에서 끝나는지는 모르겠지만, 각 소단원은 심야 0시부터 시작해서 1시간 단위로 묶었고 1권에는 심야 0시와 새벽 1시가 수록되어 있으니 이 가게의 영업이 끝나는 아침 7시까지는 만화가 나오지 않을까 해요. 후반부에는 주인의 이야기도 나올까요? 이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말이예요.

렛츠리뷰

by 정해민 | 2008/12/08 02:27 | 트랙백 | 덧글(6)

둔산동,   hello, bonbon + Marie

버섯 샐러드가 먹고 싶다고 해서 생긴 약속을 자다가 못 나가[...] 파토내고, 일 주일 뒤에 만났습니다. 둔산동 봉봉에 가고 싶다길래 그러마고 했지요. 봉봉? 꺅 뭐하는 데지? 프렌치 하는 덴가? 그럼 나 정말 내가 원하는 *그 버섯 샐러드*를 먹을 수 있는 거야? 꺅꺅 하고 좋아했는데 막상 가게 앞에 가 보니 이탈리아노... 싫어하진 않지만 좀 침울...
마침 카메라를 갖고 있어서 몇 장 찍어 봤습니다.

이름은 hello, bonbon이예요. 갤러리아 타임월드 옥외 주차장 근처에 있습니다. 음식 기다리는 동안 실내 사진을 찍어 보고 싶었는데, 조명은 어둡고 카메라는 작고 가볍고. ㅁ;니ㅏ얼한 사진만 나오길래 그만두었어요. 네이버에서 '둔산 bonbon'으로 검색하니 제일 먼저 나온 포스트가 있는데, 실내 분위기나 가는 길은 그 포스트에 훨씬 잘 나와 있습니다. 저걸 보면 아시겠지만 분위기가 쫌 음... 천장 배관을 가리지 않고 노출했고, 철제와 시멘트로 모던한 분위기를 주고 싶었나 봅니다. 나쁘진 않아요. 그렇지만 전 이런 데서 밥 먹는 거 싫어합니다. 그리고 이탈리안 하는 덴데 분위기는 40년대 미국;

천장엔 조명이 거의 없고, 탁자 조명은 온더락잔 안의 촛불이 대신합니다. 아 다시 말하지만 전 이런 데서 밥 먹는 게 정말 싫어요... 어두컴컴한 카페 술집 식당이 싫어요ㅠ 여러분 좀 밝게 살아요 우리.

...사실 이 위에 사진 두 장이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이글루스 소보루맨을 외치며ㅠ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 오묘한 글쓰기 인터페이스는 제가 생각하는 레이아웃이 절대 안 나오게 해 주네효... 다른 레이아웃으로 가도 되니까 사진과 글을 어떤 식으로 정렬하는 지라도 좀 알려주지-_-; 스킨 귀찮아서 냅두고 있었는데 어떻게 좀 해야겠어요. 본문 폭도 넓히고. 불평은 이쯤 하고.


밥이 나왔습니다. 처음부터 들이댑니다. 동행이 시킨 뽈로. 닭가슴살이 들어간 크림 소스 파스타입니다. 면은 스파게티구요. 맛있습니다. 소스와 면의 비율도 적당하고, 면이 쉽게 불지도 않으며, 크림이 많이 느끼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느끼함이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닭고기는 적당히 윤기있습니다. 너무 퍽퍽하거나 기름지지도 않고, 손질한 지 오래된 느낌도 나지 않고, 크기도 한 입 크기로 딱 적당해요.


제가 시킨 루제로. 파마산 햄과 고르곤졸라가 들어간 크림 소스 파스타입니다. 면은 역시 스파게티. 이것도 맛있습니다. 치즈가 들어가면 좀 짜게 마련인데 딱히 그렇지도 않았고, 치즈 맛이 충분히 나면서도 크림 맛 또한 살아 있어요.

다른 동행은 페스카토레를 주문했는데, 먹다 생각나서; 찍었더니 그게 너무 여실히 드러나서 올리지 않겠습니다. 해물이 들어가고 매콤한 토마토 소스 파스타예요. 면은 스파게티보다 가느다란 걸 쓴 것 같은데, 뭔진 잘 모르겠어요. 이것도 맛있습니다.; 평이 계속 뭐 이래.; 해물이 실하게 들어 있고, 새우는 오동통하고, 조개도 말라 비틀어지지 않았;어요. 소스도 맛있고요. 소스와 면의 비율 여전히 좋습니다. 토마토 맛이 시원하게 나요. 근데 쫌 통조림 맛 같습니다. 나쁘다는 건 아니구요. 전 토마토 통조림도 좋아하거든요. 굳이 가게에서 직접 퓌레나 페이스트를 만들어 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샐러드도 있었습니다. 이름은 까먹었고; 생모짜렐라+토마토+양상추+발사믹 드레싱입니다. 괜찮은데, 전 이것보다 양상추 빼고 그냥 카프레제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버섯 샐러드*를 먹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샐러드 메뉴를 봤지만 버섯 샐러드 자체가 없더군요ㅠ_ㅠ 양상추를 바닥에 깔고 구운 버섯을 올리고 올리브 오일, 발사미코와 슈레드 치즈를 뿌린 샐러드가 먹고 싶은데 대체 대전에선 어딜 가야 먹을 수 있는 건지! 네, 그냥 마미인더키친의 버섯 샐러드가 먹고 싶은 것 뿐이예요... (마미는 분당 정자동에 새로 또 분점을 냈더군요; 이름은 M'amie.)

총평하자면, 참으로 정직한 가게입니다. 음식에서는 메뉴판에 설명되어 있는 재료 그대로의 맛이 납니다. 딱 상상한 그대로의 맛. 그렇지만 그 비율과 정도를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무엇보다 면이 맛있습니다. 알 덴테보다는 조금 익은 정도인데, 살짝 쫀득함이 아주 정확히 마음에 들어요. 기본에 충실하다고 할까요. 만년동-둔산동 일대에는 가게는 많지만 참 먹을 게 없어요. 늘 가는 곳만 갔는데, 갈 만한 곳 하나를 새로 찾았습니다.
먹으면서 친친보다 싼 가격대에 친친보다 조금 우위의 맛이라고 생각했는데, 위에서 링크한 포스트를 보면, 친친에서 매니저하던 분이 나와서 만드셨다고 합니다. 만년동에는 Cin Cin Italiano라고, 꽤 오래된 이탈리안 집이 있지요. 파스타는 만 오천 원에서 이만 원 선이고, 스테이크는 못 먹어봐서; 모르겠네요. 봉봉은 파스타가 만 원 대.
계산하는데 명함 겸 쿠폰을 하나 줍니다. 미켈란젤로(까르보나라의 로제 소스 버전이랄까) 무료 쿠폰이예요. 와, 인심 좋아요. 기한은 약 3주, 12월 14일까지. 날짜로 압박하는 거 좋네요. 다음엔 피자를 먹어볼까 알리오 올리오를 먹어 볼까 하고 있어요.


그리고 식사를 끝낸 뒤 커피를 마시자, 커피 디자인 가자, 거긴 사람이 꽉 차 있을 거 같고 주차하기도 마땅찮다, 그럼 이 근처에 뭐가 있냐 스타벅스랑 커피빈, 저 아래에 할리스? 아 다 싫다 맛없다, 그럼 아예 전민동 작은 커피집에 갈까? 나 좀전까지 거기 있다 왔다[...], 결국 커피 디자인밖에 없다, 혹시 여기다가 잠깐 양해 받아서 주차해놓고 다녀오면 안 되나, 근데 여기서도 커피 판다... 하고 논의에 논의를 하다가 결국 주차장의 승리, 마리에 갔습니다.
Marie는 둔산동 빕스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입니다. 이마트와 타임월드 사이, 전자랜드 건너편에 있지요. 인테리어가 좋아서 많이들 갑니다.


전 여기 별로 안 좋아하지만요. 음료가 맛없는데 너무 비싸요. 그래도 만년동-둔산동에 가면 정말 갈 데가 없어서; 그리고 커피를 안 마시던 시절엔 홍차를 티팟에 내오는 데도 별로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했던 곳입니다. 소파는 푹신해서 좋아요. 생긴지 얼마 안 됐을 땐 종종 갔는데 요샌 소파가 다 점유당해서 잘 안 갑니다. 그리고 이젠 커피 디자인에 가면 되니까요. 소파 없는 테이블엔 이런 도일리와 초가 있습니다. 예쁘긴 한데 좀 더럽네요.;


제가 시킨 에스프레소. 끄레마가 아주 두툼합니다. 이걸 보고 어라 에스프레소는 맛있을 지도? 하고 두근두근했는데...
셔요ㅠㅠㅠ 에스프레소가 셔요ㅠㅠㅠㅠ 커피 디자인 사장님은 냉정하게 말씀하셨죠 "신 맛이 없는 커피는 없다." 근데 이건 너무하잖아요ㅠㅠ 커피 향이 연하고 끝까지 신 맛이 따라 붙어요. 에스프레소가 이렇게 시면 반칙 아니예요?


동행들의 손, 그들이 주문한 아메리카노와 라떼가 찬조 출연. 아메리카노는 조금 묽고 탄내가 많이 납니다. 아래 마끼아또 포스트에서 말한 것 같이 굵고 기분 좋은 탄내는 아닙니다. 라떼는 뭐, 그냥 라떼. 보면 아시겠지만 에스프레소에는 가루 백설탕, 라떼에는 시럽을 주고 아메리카노에는 결정 황설탕을 줍니다. 이건 좋았어요.
동행의 표현을 따르자면 "잔은 다 비싼 거 쓰는 마리." 에스프레소 잔은 로얄 알버트 올드 컨트리 로즈고 아메리카노와 라떼 잔은 포트메리온이네요. 데미타쎄가 본 차이나인 것까진 좋은데, 전 로얄 알버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안 예쁘고, 입에 닿는 부분이 너무 얇아서. 본 차이나면 뭘해요 얇아서 금방 식는데...
머신은 좋은 걸 쓰는데 콩의 질이 안 좋은 걸까요? 아니면 그냥 신 콩을 써서일까요? 아니면 콩을 볶았거나 간 지 오래되어서?; 아무튼 저리도 두툼한 끄레마에서 이런 맛이 나오니 신기하기도 하고... 다음에 마리에 간다면 그냥 홍차를 마실 것 같습니다. 아메리카노+치즈케익 세트를 시키든가요. 이건 조금 쌉니다. 치즈 케익은 괜찮아요. 냉동이라서 얼음이 좀 씹히긴 한데, 나오고 시간 좀 지나서 먹으면 되겠죠. 레몬 향이 살짝 들어간 베이크드 치즈 케익입니다.




+덤

by 정해민 | 2008/11/27 06:11 | 트랙백 | 덧글(6)

마끼아또

카페라떼, 카푸치노, 마끼아또. 들어도 들어도 헷갈립니다. 라떼가 이탈이아어로 우유니까 카페라떼는 커피 우유...까지는 짧은 상식으로 유추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둘은 뭐냔 말이예요. 검색해보면 카푸치노는 우유 거품이 들어가는 거래요. 그럼 마끼아또는 뭐냐. 이것도 거품이래요. 차이가 뭐여... 10년이 넘게; 갖고 있던 이 의문을 지난 번 커피 디자인 방문 때 사장님께 초면 검색질;로 해소했습니다. 카페라떼는 스팀 밀크+에스프레소. 카푸치노는 거기에 거품의 비율이 높은 것.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 위에 거품만 살짝 올린 것. 그러니까 뒤로 갈 수록 에스프레소 맛이 진해지고 우유가 적게 들어가는 거지요.
설명을 들으니까 마끼아또라는 게 뭔지 마셔 보고 싶었는데, 당시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마실 수가 없는 상태였고, 다른 때엔 평소 마시는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라떼를 마시느라(그러니까, 안전한 주문-_-;) 시도해보지 못했어요. 그러다 얼마 전의 주말. 아침에 약속을 잡았는데 못 일어날 것 같아서 밤을 새고, 나갔다 오고,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뭘 마실까, 이런 상태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속이 쓰리지 않을까, 맛도 잘 안 느껴질 것 같은데 그럼 에스프레소를 마실까, 근데 추워서 따뜻한 걸 마시고 싶은데, 그냥 오늘도 라떼를 마실까...하고 들어갔다가 왠지! 나를 부르는 느낌에! 마끼아또를 주문해보았습니다.

근데 아... 아... 아......................................

너 무 맛 있 어 요

세상에 커피란 액체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 것이었군요ㅠ_ㅠ 커피란 콩은 이런 맛을 내 주는 식물이었군요ㅠ_ㅠ 맛있는 커피는 몸 상태에 상관없이 그냥 어쨌든 무조건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었군요ㅠ_ㅠ 저는 왜 이제서야 마끼아또를 마셔본 것일까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데미타쎄에 담겨 나옵니다. 그러니 에스프레소의 향이 더 짙게 느껴지구요. 데미타쎄 반쯤 채우는 에스프레소 위에 나머지 공간을 우유 거품으로 채웁니다. 사진에서는 사진 찍느라 구도 잡는다고 시간이 흘러 거품이 좀 죽고 단단해졌는데, 나왔을 때 바로 마시면 부드럽고 풍성한 우유 거품을 맛볼 수 있어요. 이런 향과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요, 맛이 풍부하다고 밖에는. 에스프레소에서는 쓴 맛에 가려지는 커피 특유의 맛이, 우유 거품에 잡혀 오히려 더 섬세하게 살아나는 것 같아요. 아 에스프레소 커피엔 이런 맛도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끄레마가 일단 눈에 보이지 않으니 빨리 마시지 않으면 이 끄레마가 다 꺼져 버릴 거라는 고민을 안 해도 되어 좋군요; 뒤에선 살짝 탄내가 나는데, 그게 또 거슬리지 않고 좋더라구요.
마신 곳은 물론 전민동 작은 커피집:) 아아 가까운 곳에 이런 커피집이 있다는 게 행복해요ㅠ 전민동에 있어주어 감사합니다;ㅁ;
이런 걸 써야 돼, 이런 걸 올려야 돼! 나 맛있는 거 먹었다고 자랑해야 돼! 하는 생각에 다음엔 카메라를 가져갔습니다.

 










왼쪽은 동행이 마신 카라멜 마끼아또. 이건 라떼 잔에 나옵니다. 만드는 데 어떤 차이를 두시는 지 궁금해요. 마셔보지 않아서 맛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단 걸 무조건적으로 싫어하는 건 아닌데, 커피와 홍차는 제게 '달지 않아야 할 것'의 범주에 속해요. 동행의 말로는 깔끔하다고 합니다.
오른쪽은 다른 손님의 주문에 만들었는데 남았다고 주신 핫초콜릿. 꺅! 윗부분의 맛이 리치한 게 유지방을 어떻게 넣으신 건가 궁금하던데... 마시멜로우일까요? 그럼 좀 더 달 것 같은데 음... 지금도 꽤 달고요. 유지방 맛이 강렬합니다. 맛에서 그 크리미함이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한다기보단, 맛이 세다고 할까@_@ 점점 저도 알 수 없는 표현이 되어가구요. 맛의 퍼센티지에서 초콜릿 부분이 더 높았으면 좀 더 제 취향에 가까웠겠지만, 이것도 맛있어요. 이렇게 단! 음료가 필요할 때가 있지요. 역시 동행의 말로는 "처음엔 무슨 팥죽인 줄 알았다." 이 얘기 듣고 웃다가 쓰러질 뻔 했어요.



마무리는 의미없는 투샷. 오늘은 카푸치노를 마셨어요. 라떼도 우유가 거품 모양으로 덮여 나오던데 둘이 무슨 차이인지 체험;하고 싶었거든요. 이로써 쓰리스텝을 모두 밟았습니다?; 카푸치노는 라떼보다 우유 거품이 성긴 느낌이에요. 한 잔 마시면 우유 수염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계피 가루를 같이 주시길래 한 번 뿌려 봤는데 꺙 여기 계피 맛있어요... 달콤한 맛이 살짝 나고, 향이 강합니다. 끝까지 거품이 잘 안 꺼지고, 덜 부드러워진 에스프레소가 더 진한 향을 내고. 재밌는 맛이었어요. 그동안 마끼아또에 반해서 매일같이 마끼아또를 마시다가 아 맨날 마끼아또 아니면 에스프레소인 이 입맛 좋지 않다, 이제 아메리카노는 잘 못 마시겠다, 마침 이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는데 이제 한동안은 카푸치노를 마실 것 같아요.

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인생 몰라요~


+
이글루스는 사진 올리는 시스템이 굉장히 불편하군요; 사진 잔뜩 올리며 포스팅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_-; 편집해서 추가하면 무슨 기능이 있나 해서 봤더니 그냥 픽셀 수 조정과 액자... 난 레벨 조정이라도 되는 줄 알았지!

by 정해민 | 2008/11/27 03:20 | 트랙백 | 덧글(2)

전민동, 작은 커피집

전민동에서도 평소에 잘 안 가는 골목을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쪽방;스러운 규모에 간판도 작은 커피집, 이라고 달려 있어요. 처음 발견한 날엔 이미 커피를 한 잔 마셔서 다음에 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둔산동에 나갔다가, 예전부터 가 보고 싶었던 커피 디자인에 갔어요. 사장님 정말 신뢰가 가는; 외모시더라구요. 커피 기다리고 마시면서 사장님께 전부터 궁금했던 걸 잔뜩 여쭤보기도 하고; (싸이폰 커피가 뭐냐 더치 커피가 뭐냐 아이리쉬 커피는 뭐냐 등등등-_-; 대답해주면서 사장님이 아 얘가 정말 커피에 관심이 많구나 하고 장하기보단 초면 검색질에 징하셨을 듯-_-;;) 그리고 나오면서 동행이 사진 엽서를 집어 왔거든요. 사진 뒤에 약도가 붙어 있더라구요. 들어와서 다른 사람을 만나 우리 맛있는 커피 마셨어! 하고 자랑하며 사진 엽서를 보여 주었는데, 뒤집어 보고서 "어 전민동이야?" 하는 말에 다시 봤더니 약도는 작은 커피집...
또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에 작은 커피집에 직접 가서 여쭤보았더니 커피 디자인과 함께 만들었다고 하시데요. 아하 글쿠나. 이 날은 케냐 마셨어요. 커피 디자인에선 동행이 이디오피아, 제가 콜럼비아를 시켰었구요. 동행은 커피의 신 맛을 좋아하고 전 싫어하는데, 이디오피아는 원래 신 맛이 좀 강하고 콜럼비아가 약하다고 하시더라구요. 또 고소한 맛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콜럼비아를 추천해 주셨었어요. 그런데 어째 바뀌어 나온 기분이길래[...] 바꿔 마셨었지요.; 본래 드립이 에스프레소보다 더 맛있게 내리기 어렵다는 생각에 어디 가면 드립보다 에스프레소를 더 자주 마시는데, 커피 디자인이랑 작은 커피집에선 맛있는 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부러 드립으로 하고 싶었어요. 근데 더 모험을 하긴 좀 무섭고; 해서 지금껏 마셔 봤던 드립 커피 중에 제일 경험이 좋았던 케냐로 선택- 아 말 길다. 역시나 맛있더라구요! 이게 끗. -_-; 이 아니고, 맛있긴 한데, 내가 생각한 케냐보다 좀 덜 고소하고, 예전보다 더 신 맛이 나고, 그랬어요. 그래도 향은 좋았어요. 근데 쓰다 보니까 또 마시고 싶네요.;
또;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에 들러서는 라떼를 마셔 봤어요. 전 커피 마실 때 라떼 커피 잘 안 마시는데요, 우유 마시면 배불러서요. 잘 못 만드는 집들은 입 안에 맛이 이상하게 남기도 하구요. 이 날은 저녁을 허술하게 먹어서 일부러 라떼를 시켰지요. 근데! 진짜! 너무 맛있는 거예요! 야금야금 아껴 마셨는데 한 15분 걸어 오는 사이에 다 마셔 버렸어요ㅠ_ㅠ 막 고소하고 부드럽고ㅠ_ㅠ 라떼가 이렇게 맛있는 거 처음이었어요. 커피 디자인 동행했던 분께, 작은 커피집에서 맛있는 라떼 마셨다고 자랑했더니 거기선 그렇게 커피에 장난친 거 마시면 안 되지! 라고 혼났지만 뭐 어때요 진짜로 맛있었단 말이에요ㅠ_ㅠ
그 다음부터는 거의 출근 도장을 찍었죠-_- 참, 한 번 마실 때마다 스탬프를 찍어 주셔요. 11번 째에는 아메리카노나 라떼를 마실 수 있습니다. 근데 갈 때마다 불안하더라구요.; 80%의 확률로 손님이 저 하나 뿐이고, 뭐 전 시간이 없어서 주로 테이크 아웃해 갔으니까 제가 다녀간 뒤에 다른 손님들이 오셨을 수도 있지만, 위치도 전민동 메인 거리와는 좀 거리가 있는 골목이고, 이러다가 여기 망하면 어떡하나; 커피 마시러 둔산동까지 나가야 하나; 그래서 꼭 홍보를 하고 싶었습니다-_-; 카메라가 없어서 친구에게 빌리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막상 카메라를 빌려 놓으니까 햇빛이 나는 시간엔 제가 시간이 안 나더라구요... 며칠 벼르다가 드디어 다녀왔습니다.

사진 나갑니다.

우와 짱커! 보정 아무 것도 안 했더니 사진이 좀 크네요; 근데 전 큰 게 좋아서 그대로 올릴래요.;
가격 진짜 착하죠. 매일 출근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가격도 한 몫을-_-* 사실 저저번 주에는 좀 쪼들려서 점심은 얻어 먹고 커피는 사 먹고 이러기도... 근데 이럴 만큼 맛있어요. 안 마신 날엔 막 생각나요ㅠ_ㅠ


가게 전경:)
이 사진 안에 가게의 1/2가 들어 있습니다[...] 정말, 작은 커피집이에요. 원래 밖에서 본 샷도 찍고 싶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날 마침 전민동에 장이 서서; 막 가게 밖에 파랑 무랑 늘어서 있고, 가게 건너편에도 물건이 늘어서 있고; 그래서 못 찍었습니다.
바리스타가 다른 분이 계시길래 원래 하시던 분은 어디 가셨나요? 했더니, 평일과 주말엔 계신 분이 다르대요. 평일에는 어여쁜 여주인님-_-*이 계시고, 토, 일에는 하루씩 번갈아가며 다른 분들이 오신다고 해요.













가게 왼쪽 벽입니다. 왼쪽 벽은 거리를 향해 있어서요, 가끔 다른 쪽 벽에 앉아 있다가 멍하니 벽을 보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치기도 해서 무서워요; 책이 좀 있지요. 근데 책장 바로 앞에 테이블이 있어서요, 테이블에 다른 손님이 앉아 계실 땐 아 잠시만요 하고 손을 뻗기 좀 민망합니다. 뭐 전 민망해하면서 꺼내죠. 그렇게 해서 꺼내왔던 게 먼 북소리; (하루키 웃겨요 ㅋㅋ) 전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할 땐 뭐든 읽을 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게 되진 않을 것 같지만요. 커피 책도 있던데 언제 좀 읽으러 가야겠어요.


이 날 마셨던 에스프레소. 책은 아까 테이블 위에 있던 페이퍼, 그리고 펼쳤더니 우연히 한눈에 마주친 W&Whale 인터뷰. (사실은 W의 배영준 인터뷰. 아 이제 배영준은 코나가 아니라 W여요...) 데미타쎄 예쁘죠. Riviere에서 나온 Portioli 컬렉션이래요. Portioli는 이탈리아의 커피 브랜드구요. 왼쪽의 새하얀 통은 설탕통. 유리컵은 제가 계속 코 훌쩍거렸더니 바리스타 분이 뜨거운 물 드릴까요? 하고 주신 거여요. 다 마시고 테이블 위에 있는 게 보여서 괜히 넣어 봤어요.
여기 에쏘 맛있어요. 아메리카노 주문했다가 감기 기운이 있길래 진하게 마시고 싶어서 에스프레소로 바꿨어요. 끄레마도 잔뜩이고ㅠ_ㅠ 막 진하고 쓰고 향긋하고ㅠ_ㅠ 아 쓰다 보니까 또 마시고 싶어요. 이제 커피는 이틀에 한 잔만 마시기로 했는데, 어제 쉬었으니까 오늘 갈 수 있어요! 으하하! 오늘은 도삐오를 마셔 볼까요! (한 잔이라고 우기겠어요)

오른쪽 벽도 찍었었는데, 다른 손님도 계시구 왠지 괜히 민망해서 혼자 자발적으로 눈치 보다가 별로 안 이쁘게 찍혀서... 창 쪽에 놓인 화분이 종종 바뀌길래 그것도 찍어 보고 싶었는데 또 안 이쁘게 찍혀서...

약도입니다.
네이버의 커피디자인 블로그(blog.naver.com/coffeedesign)에서 가져왔어요.
미스터 피자 앞 골목이 전민동의 종을 가르는 메인 골목이라고 할 수 있구요. 횡을 가르는 골목은 약도에서 작은 커피집이 있는 옆 골목일까- 미스터 피자 찾으면 다 찾은 거예요. 전화 번호는 안 써 있는데, 042-861-0865구요. 전 처음에 약도에 안 써 있길래 여긴 전화 없나 했는데 그 생각을 한 순간 데스크에서 전화를 받으시데요... 오프닝 타임, 클로징 타임이 10시로 나와 있지만 가게 앞에 나와 있는 칠판 입간판에 의하면 문 여는 건 오전 11시, 문 닫는 건 오후 9시입니다. 일요일엔 한 시간 일찍 닫구요. 늦게 닫고 일찍 열어서 아쉬워요ㅠ 그치만 공휴일에도 연다능!

전민동엔 커피 마실 데가 할리스, 베로, 빈센트, 작은 커피집, 그리고 얼마 전에 생긴 카페테리아. 이 정도인데요. 할리스는 많이들 아실 테고, 베로도 아실 테고, 베로는 좀 대전 충청 프랜차이즈;인 것 같아서 몇 마디 덧붙여 보자면, 일단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가 천 원이라 좋아요-_-; 구수하고, 연하진 않고. 천 원엔 훌륭합니다. 근데 전 명동 커피집에서 육칠 천 원이 아깝지 않은 천 원 짜리 커피를 마셨었죠... 아 정말 명동 커피집은 넘 놀라운 곳이에요ㅠ_ㅠ 빈센트는 맨날 근처를 지나가 보기만 하고 한 번도 못 가 봤어요. 작은 커피집이 있어서 앞으론 영영 갈 일도 없을 것 같아요; 빈센트는 가게가 4층에 있거든요. 맘 먹고 가야 해요[...] 카페테리아는, 문 연 날 아메리카노 공짜로 주길래 가 봤는데요; 전 연해서 불만이었어요. 향도 잘 모르겠었구요. 아메리카노 가격이 2900원, 베로보다 세 배 돈 더 주고 마셔야 할 이유도 못 느끼겠고, 저 가격이면 그냥 작은 커피집 가겠어요. 카페테리아는 좀 안타까운 게, 로스터도 들여 놓고 인터넷도 공짜고 막 야심차게 사업 시작하는 것 같은데 번화가 같으면 저 가격에(라떼 커피도 다 3000~4000원 대예요) 이 환경에 완전 장사 잘 되었겠지만, 술집만 안 망하는 전민동에서는...ㅠ_ㅠ 작은 커피집보다 시야가 넓은 건 좋은데, 조명이 너무 어둡더라고요. 전 밝은 데가 좋거든요; 결국 노트북 작업하러 갈 것 같지도 않아요.

작은 커피집은 뭐, 이 훌륭한 커피에, 이 훌륭한 가격에(리필을 바랄 수는 없겠죠-_-), 테이블 간격이 좁아서 손님이 두 팀 이상 있으면 되게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손님 안 오면 막 장사 될까나 불안하고; 제가 카페에서 최우선으로 보는 좋은 화장실, 편한 의자가 만족되진 않지만, 그건 아직 커피를 마시지 않을 때 얘기였구요. 카페에서 홍차를 마신다면 나한텐 내가 우린 홍차가 제일 맛있으니까. 그치만 커피를 맛있게 마실 수 있게 된 지금, 아직은 여기가 최선의 선택이죠.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어요.

by 정해민 | 2008/11/04 03:45 | 트랙백 | 덧글(9)

Rent (3) - 그리고 남은 이야기

Rent (1) - 조나단 라슨 이야기
Rent (2)

영화 렌트는 뮤지컬을 상당히 잘 이식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던 대로, 영화에서는 뮤지컬과 비교해서 몇 곡이 빠졌어요. You Okay Honey?, On the Street, We're Okay, Christmas Bells, Happy New Year, Contact가 빠진 넘버들입니다. 그리고 tune up 3개와 voice mail 5개는 대화로 바뀌었고요. 빠진 넘버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씬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러니까, 노래가 빠졌다고 내용이 빠진 건 아녜요. 내용에서도 조금 바뀐 게 있습니다. 본래 Today 4 U 다음에 나오던 You'll See는 영화에서 Rent 바로 다음에 나옵니다. You'll See는 렌트 무리에서 빠져나온 베니가 그들을 찾아와 집세를 내라고 종용하며 너희는 날 비웃지만 지켜봐, 너희도 알게 될 거야, 하는 노래입니다. 흥겨운 노래죠.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은 내용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You'll See의 순서를 바꿨다고 합니다. 이 사람 전작은 뭔가 찾아봤더니 막 해리 포터, 나홀로 집에, 미세스 다웃파이어... 읭...? 렌트를 영화로 만들자는 건 전부터 나온 이야기인데 조나단 라슨의 유가족도 마음에 들어하고 스케줄도 비어 있으며 페이 면에서도 만족스러운 감독을 찾지 못했는데, 딸이 렌트헤드 출신이며 본인도 뮤지컬을 꽤 좋게 본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연락을 해 왔다고 해요.

제가 Idina Menzel이 모린 역을 맡았기 때문에 렌트 영화를 보았다고 말했죠? 아이디나가 영화에 나온다는 건지, 뮤지컬 공연을 했다는 건지 긴가민가 하다가 일단 영화를 봤는데, 나오더라구요. 그럼 뮤지컬은 다른 배우가 맡았었나 하는 의문이 당연히 생기죠. 그 땐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을 듣고 있었으니까 캐스트가 누구 누구였나 찾아보는데, 당췌 나오지가 않는 거예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에서도 모린 목소리는 분명 아이디나인데, 내가 잘못 들은 걸까? Wicked를 과장 않고 100번도 넘게 들었는데 아이디나 목소리를 내가 못 알아듣는 거야? 하고 마구 헷갈려 하고 있다가... 다큐멘터리를 본 후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러니까, 렌트 영화의 캐스팅은 미미와 조앤을 빼고는 오리지널 캐스팅이예요. 오프 브로드웨이 때부터 함께 공연했던 배우들이오.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들은 모두 렌트가 처음 제작될 때부터 함께했고, 조나단의 죽음도 함께 겪었지요. 조나단의 유가족과도 긴밀한 연대감이 있어요. 처음 렌트를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유가족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게 이 사람들입니다. 괜찮을까, 너무 시간이 지났는데, (렌트가 처음 극장에 올라간 것은 96년, 영화가 나온 것은 2005년이예요.) 반신반의하며 감독과 함께 오디션을 보는데 감독도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합니다. 다만 미미 역의 대프니 루빈-베가는 임신 중이었고, 조앤 역의 프레디 워커는 자신이 그 역을 하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해서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오디션을 통해 미미에는 로자리오 도슨이, 조앤에는 트레이시 탐스가 낙찰되었습니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오프-브로드웨이 캐스팅과 동일합니다) 앨범과 모션 픽처 사운드트랙 앨범을 함께 듣긴 하지만, 전 후자를 선호합니다. 바뀐 멤버가 더 낫다고 생각해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을 들을 때는 미미 목소리가 너무 갑갑해서 듣기 힘들었거든요. 로자리오 도슨은 남미계 특유의 섹시한 목소리를 아주 잘 다루고 있고, 발음 또한 명료합니다. 조앤 역의 트레이시 탐스도 노래를 굉장히 잘 해요. 이건 다른 배우들도 인정했지요. 성량 자체가 다른 배우들과 달라요. 트레이시 탐스는 8년 동안 렌트 오디션을 보았는데, 영화에서야 드디어 합류하게 되었어요. 얼마나 기뻤을까요? ^^

영화를 보고 다른 영상을 보고 하다 깜짝 놀란 게, 영화에서는 뮤지컬 때와 동일한 의상을 사용합니다. 매 씬에서 나오는 의상이 모두 똑같아요. Rent에서 마크와 로저가 아파트 안에서 입고 있는 옷, Today 4 U에서 앤젤이 실내 공연;을 하며 입는 옷, 심지어 La Vie Boheme에서 마크가 춤출 때 입는 옷까지 모두 뮤지컬과 똑같습니다. 그리고 조나단의 유가족도 영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특히 조나단의 아버지는 매일같이 촬영장에 나와 배우들과 함께했다고요. 그러니 영화 렌트는 뮤지컬을 최대한 그대로 영화로 옮겨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물론 다른 매체로 이식할 때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정도의 수정은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스토리와 배우, 의상까지 똑같으니 영화 렌트는 뮤지컬을 보고 싶은데 여의치 않을 때 틀어볼 수 있는 아카이브예요. 이 조나단 라슨 오덕후들...! 영화 렌트는 조나단 라슨에게 헌정하는 추모비입니다.

렌트는 시작부터 성공이었어요. 각종 매체에도 기사가 계속 나갔고, 표는 연일 매진이었죠. 조나단 라슨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함께요. 그렇다면 배우들은 우리의 성공이 조나단의 비극에 후광을 입은 건 아닌가 두려웠을까요? 전 그들이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하인드 스토리 없이도, 렌트는 충분히 성공할 만해요. 아름다운 노래와 이야기, 이것이 렌트를 흥행시킨 요인이에요. 배우들도 그걸 알고 있었을 겁니다.


시작은 렌트로 하고 싶었어요. 생각보다 길어져서 셋으로 잘랐는데, 제 스킨이 width가 좁아 그래 보이는 건 아닌가 싶군요. 넓히려고 해 봤는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orz

by 정해민 | 2008/11/01 12:07 | 트랙백 | 핑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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