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4월 03일
090329 쓰릴미 / 090329 렌트 / 090330 자나, 돈트
스포일러가 될 것입니다.
1. 쓰릴미
- 090329 15:00
- 김우형 리처드, 정상윤 네이슨
쓰릴미는 워낙에 많은 평이 쏟아지는 텍스트고, 그 중에 몇 마디 더 덧붙일 게 없기 때문에 쓸까 말까 망설였는데, 잊기 전에 감상을 적어 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쓰릴미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소극장, 좁은 무대, 배우 두 명, 게이 코드, 특정 층에서 수많은 중독자를 낚아 올림. 이 정도가 이 공연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끝이었고, 너무 빤하다고 생각했죠. 편견적이었지요. 심지어 리처드랑 네이슨 이름도 헷갈렸는걸요. 지금 와선 후회할 뿐이에요. 왜 07년도부터 달리지 않았는지. 이 공연이 이렇게 집착과 질투와 배신과 오기와 소유욕과 등등등으로 점철된 치정극인 줄 알았다면 저 또한 뮤지컬 시장을 키우고 제작사에 돈을 쏟아부은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 되었겠죠.
좋은 공연이고, 좋은 극장에, 좋은 배우들입니다. 아, 정상윤 배우. 놀랍더군요. 노래도 잘 하는데, 연기는 더 잘 하고. 같은 위치에 움직임 없이 서서 조명 하나로 34년을 늙어버리는 그 솜씨엔 그저 경탄을. 이 날 계약서를 쓸 때 칼이 빠지지 않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한참 칼을 갖고 꼼지락거리던 리처드가 "칼이 안 빠져." 라면서 씨익 웃었더니 "칼은 왜...?" 로 다시 관객의 집중력을 자연스럽게 극에 되돌리는 데선 경악을. 이런 게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자기만 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관객들을 같이 데려가더란 말이죠. 게다가 Life plus 99 years는, 아, 이 노래에 애정 고백을 담아 부르다니. 꿀꽈배기님의 표현을 빌자면 세레나데. 그게 딱인 표현. 다만 리처드 앞에서'만' 찌질한 네이슨을 보여주기 위해 팔랑팔랑 종이 인형 모션을 취하는 데 이게 눈에 거슬릴 때가 있어요. 김우형 씨도 만만찮게 좋았습니다. 제멋대로 어린아이인 리처드. 19세로 보였어요. Keep your deal with me와 Afraid가 특히 좋았습니다. 말 많았던 밧줄과 쇠막대기 모션은 자연스러웠는데, 삿대질이 너무 거센 게 신경쓰이더군요.
좋은 공연이었고, 잘 봤습니다. 왜 사람들이 반복 관람하는 지 충분히 설득되었고요. 저도 보고 나오자마자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가격과 할인이 슬플 뿐.
2. 렌트
- 090329 19:30
- 고명석 미미
신인 배우들이라지만, 렌트니까, 뭐 예의상, 막공인데 이번 시즌에 한 번 쯤은. 명석미미도 보고 싶었고. 이러면서 보러 간 공연이었습니다. 결과는 만족. 우연히 타임 세일 시간대에 인터파크에 들러 딱 좋은 위치를 잡은 것도 한 몫 했지요. 다른 자리에 앉았더라면 이만큼 좋진 않았을 거예요.
마음에 안 드는 점도 많긴 했어요. 일단 승현로저에 대실망. 인터미션 때 어떻게 저 배우가 로저냐며 일행과 성토했습니다. 일행은 저와 렌트에 대한 태도가 거의 일치하는 사람이었어요. 한국어 노래는 손발이 오글거려 잘 못 듣고, 들으면서도 머리 속에는 영어 가사로 재생되고, 그렇지만 렌트에는 반해 있고, 이 공연이 2000년대 말 한국에서 올라가기엔 시대 착오점이 많다는 데도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공연이 호소하는 바에 빠져들고. 우리는 재림콜린에 반해 왔습니다. 듣던 대로 이게 데뷔라는 게 믿기지 않는 배우. 너그럽고 능글맞고 뻔뻔하고 강한 콜린 그 자체. 어디 숨어있다 오셨냐 했더니 학교에 계셨다는군요. 학생이었어요...! 전공은 성악, 렌트 오디션을 본 것도 우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기간에 어떻게 이렇게 콜린에 동화되었는지. 심지어 Finale B 이후 커튼콜 격의 Seasons of love를 부를 때도 다른 배우들은 막공의 여운에 취해 있는데 콜린은 여전히 콜린이더군요. 이 배우의 음색과 이미지가 콜린에 잘 맞아 떨어져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을 수도 있겠으나, 최재림 씨가 커다란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사랑스러움의 극치인 지송앤젤과 함께하면 그야말로 완벽. 지송앤젤, 마음에 들었습니다. Today 4 U의 어려운 동작들도 신나게 잘 해내던데요. 작은 몸집에 귀엽고 오밀조밀한 얼굴 덕도 많이 보긴 했습니다.
명석미미는 기대 이하. 제 마음 속의 고명석 씨는 차지연 씨나 정선아 씨와 같은 레벨이었거든요. 차세대 배해선 혹은 차세대 김선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Out tonight이 그렇게 섹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었네요. 본래 노래와 연기 중에선 연기 쪽에 손을 들어 주는 배우이긴 합니다만, 이 날은 목청이 덜 풀린 것 같았어요. 최혜진 씨의 모린은 처음 목소리가 나왔을 때 너무 앳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저게 모린? how can it be? 극이 진행되어가니 오히려 이런 모린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Over the moon에선 17세 행위예술가워너비로밖에 안 보였지만, 원래 좀 같잖은 예술 하는 게 모린. 이것이 이 배우의 모린이라는 걸 넉넉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냥 어린 아이예요. 나중에 88년생인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황진이 OST에서 그대 보세요와 해어화를 부른 그 최혜진씨더군요. 노래 잘 하셔요. Over the moon이 모린의 첫 등장으로 중요한 임팩트를 담당한 넘버인데, 이 날은 막공이어서인지 관객들 호응도 좋았어요. 뮤지컬 매니아 층에서 앞쪽 관객을 점령한 것 같긴 했지요. 유달리 호응이 좋은 구역이 있었거든요. 거지석(Christmas bells 몇 번 째인지 모를; 리프라이즈에서 노숙자들이 관객에게 구걸합니다.)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음메~ 에서도 아주 적극적이었죠. 렌트는 관객 호응이 있을 수록 신나는 공연이기 때문에 함께 즐거웠습니다.
마크는 적역이었습니다. 처음엔 마크를 정말 싫어했는데, 보면 볼 수록 불쌍해요. 자신도 알고 있듯 언제나 한 발 바깥에서 내레이터 위치를 맡고 있죠. 로저와 룸메이트지만 사실 로저는 마크보다 콜린에게 애정이 깊은 것 같아 더 불쌍하구요. 콜린도 전화해서 바로 물어보는 게 로저냐 확인하는 거고, 나중에 콜린이 안 올 때 걱정해주는 건 마크인데 들어와서는 로저랑만 시시덕대고... (쓰다 보니 내가 외려 마크를 불쌍하게 만드는 것 같;) 둘 다 성공하지 못한 예술인 지망생이면서 왠지 모르게 로저가 마크를 더 무시하는 것 같고; 그래서 더 냉소적으로 변하는 캐릭터이지만 What you own 중 Alexy, I quit!이 이 날만큼 진실되게 전달된 적도 없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예술은 본인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면 예술인 거고, 전엔 자기가 쫓던 길에서 기어이 예술의 한 봉우리를 피워내겠다는 게 느껴졌지요. 특히 La vie Boheme이 신나더군요. 이 때 의상이 오리지널과 가장 비슷했기 때문일 지도 몰라요. 저와 일행은 공연 전부터 계속 왜 의상은 똑같이 안 가냐며 투덜거렸거든요. 이 불만이 극대화된 건 베니. 베니는 몇 번 말했듯이 제가 렌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데요, 무려 보라색의 새틴 셔츠, 단추는 세 개나 풀고ㅠㅠ 이건 웬 정찬우인가요ㅠㅠ 게다가 한국 공연의 베니는 더욱 비열해요. 아, 베니, 불쌍해!ㅠㅠㅠ 이래서야 까지 말라고도 못 하겠어! 조앤에는 조금 실망이었지만 어차피 렌트에서 조앤은 비중이 적죠. 그런 걸 감안해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다는 느낌.
불평을 적자면 한도 끝도 없을 수 있어요.; 가장 대표적으로 번역이라든가, 여전히 스무스하지 못한 연출이라든가. 그런데 이 연출상의 구멍은 제가 워낙 렌트에 익숙해져서 이젠 뭐 거의 눈에 띄지도 않구요.; 신인들이 모여 만든 공연이기에 학예회스러운 분위기는 어떻게 해서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즐거운 학예회였는걸요. 이 공연으로 렌트에 빠지게 된 사람은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하긴 해요. 렌트가 본래 혼자서 7년 동안 만든 것이다 보니 헛점이 많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미 충분히 렌트를 사랑하는 저에겐 일정선 만족의 역치는 넘겨주는 공연이었고, 이 공연을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미가 살아나고 앤젤이 다시 뛰어들어올 때부터 울면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고마워요, 나의 렌트.
3. 자나, 돈트
- 090330 20:00
- 김호영 자나 막공
역시 호평이 쏟아졌던 김호영 씨의 자나, 역시 듣던 평 그대로. 딱 사랑스럽고 반짝거리는 공연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그리스와 하이스쿨뮤지컬의 게이 버전인 공연인지라, 여기에 또 어떻게 덧붙일 말이 없는데요. 이렇게 신나는 공연들은 어두운 분위기의 공연보다 리스크가 적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필수적으로 채워야 하는 요소들은 있게 마련이지요. 그렇게 자주 올라가고 또 그다지 큰 연기력 가창력이 요구되지도 않는 그리스도 여러 번 욕을 먹잖아요. 모든 게 적당한 공연이었습니다. 세종M씨어터 사석 적고 좋은 극장이고요, 넘버들은 발랄하고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전달해서 해석의 여지를 별로 주지 않지만 이런 넘버도 충분히 못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고요, 정신 사납긴 했습니다만 그 덕분에 인터미션 없이 2시간 가는 데도 덜 지치게 되었고, 해피 엔딩으로 찝찝하지 않게 해 주는 서비스까지. 극장 근처에 살았더라면 이틀 걸러 한 번씩 보러 갔을 것 같아요. 놓치지 않고 보길 잘 했어요.
...막 내린 공연들 이제 와 평 쓰는 건 대체 무슨 심보.
1. 쓰릴미
- 090329 15:00
- 김우형 리처드, 정상윤 네이슨
쓰릴미는 워낙에 많은 평이 쏟아지는 텍스트고, 그 중에 몇 마디 더 덧붙일 게 없기 때문에 쓸까 말까 망설였는데, 잊기 전에 감상을 적어 놓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 쓰릴미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소극장, 좁은 무대, 배우 두 명, 게이 코드, 특정 층에서 수많은 중독자를 낚아 올림. 이 정도가 이 공연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끝이었고, 너무 빤하다고 생각했죠. 편견적이었지요. 심지어 리처드랑 네이슨 이름도 헷갈렸는걸요. 지금 와선 후회할 뿐이에요. 왜 07년도부터 달리지 않았는지. 이 공연이 이렇게 집착과 질투와 배신과 오기와 소유욕과 등등등으로 점철된 치정극인 줄 알았다면 저 또한 뮤지컬 시장을 키우고 제작사에 돈을 쏟아부은 수많은 사람 중의 한 명이 되었겠죠.
좋은 공연이고, 좋은 극장에, 좋은 배우들입니다. 아, 정상윤 배우. 놀랍더군요. 노래도 잘 하는데, 연기는 더 잘 하고. 같은 위치에 움직임 없이 서서 조명 하나로 34년을 늙어버리는 그 솜씨엔 그저 경탄을. 이 날 계약서를 쓸 때 칼이 빠지지 않는 사고가 있었는데요, 한참 칼을 갖고 꼼지락거리던 리처드가 "칼이 안 빠져." 라면서 씨익 웃었더니 "칼은 왜...?" 로 다시 관객의 집중력을 자연스럽게 극에 되돌리는 데선 경악을. 이런 게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자기만 극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관객들을 같이 데려가더란 말이죠. 게다가 Life plus 99 years는, 아, 이 노래에 애정 고백을 담아 부르다니. 꿀꽈배기님의 표현을 빌자면 세레나데. 그게 딱인 표현. 다만 리처드 앞에서'만' 찌질한 네이슨을 보여주기 위해 팔랑팔랑 종이 인형 모션을 취하는 데 이게 눈에 거슬릴 때가 있어요. 김우형 씨도 만만찮게 좋았습니다. 제멋대로 어린아이인 리처드. 19세로 보였어요. Keep your deal with me와 Afraid가 특히 좋았습니다. 말 많았던 밧줄과 쇠막대기 모션은 자연스러웠는데, 삿대질이 너무 거센 게 신경쓰이더군요.
좋은 공연이었고, 잘 봤습니다. 왜 사람들이 반복 관람하는 지 충분히 설득되었고요. 저도 보고 나오자마자 다시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만 가격과 할인이 슬플 뿐.
2. 렌트
- 090329 19:30
- 고명석 미미
신인 배우들이라지만, 렌트니까, 뭐 예의상, 막공인데 이번 시즌에 한 번 쯤은. 명석미미도 보고 싶었고. 이러면서 보러 간 공연이었습니다. 결과는 만족. 우연히 타임 세일 시간대에 인터파크에 들러 딱 좋은 위치를 잡은 것도 한 몫 했지요. 다른 자리에 앉았더라면 이만큼 좋진 않았을 거예요.
마음에 안 드는 점도 많긴 했어요. 일단 승현로저에 대실망. 인터미션 때 어떻게 저 배우가 로저냐며 일행과 성토했습니다. 일행은 저와 렌트에 대한 태도가 거의 일치하는 사람이었어요. 한국어 노래는 손발이 오글거려 잘 못 듣고, 들으면서도 머리 속에는 영어 가사로 재생되고, 그렇지만 렌트에는 반해 있고, 이 공연이 2000년대 말 한국에서 올라가기엔 시대 착오점이 많다는 데도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공연이 호소하는 바에 빠져들고. 우리는 재림콜린에 반해 왔습니다. 듣던 대로 이게 데뷔라는 게 믿기지 않는 배우. 너그럽고 능글맞고 뻔뻔하고 강한 콜린 그 자체. 어디 숨어있다 오셨냐 했더니 학교에 계셨다는군요. 학생이었어요...! 전공은 성악, 렌트 오디션을 본 것도 우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단기간에 어떻게 이렇게 콜린에 동화되었는지. 심지어 Finale B 이후 커튼콜 격의 Seasons of love를 부를 때도 다른 배우들은 막공의 여운에 취해 있는데 콜린은 여전히 콜린이더군요. 이 배우의 음색과 이미지가 콜린에 잘 맞아 떨어져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을 수도 있겠으나, 최재림 씨가 커다란 다이아몬드 원석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사랑스러움의 극치인 지송앤젤과 함께하면 그야말로 완벽. 지송앤젤, 마음에 들었습니다. Today 4 U의 어려운 동작들도 신나게 잘 해내던데요. 작은 몸집에 귀엽고 오밀조밀한 얼굴 덕도 많이 보긴 했습니다.
명석미미는 기대 이하. 제 마음 속의 고명석 씨는 차지연 씨나 정선아 씨와 같은 레벨이었거든요. 차세대 배해선 혹은 차세대 김선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Out tonight이 그렇게 섹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었네요. 본래 노래와 연기 중에선 연기 쪽에 손을 들어 주는 배우이긴 합니다만, 이 날은 목청이 덜 풀린 것 같았어요. 최혜진 씨의 모린은 처음 목소리가 나왔을 때 너무 앳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저게 모린? how can it be? 극이 진행되어가니 오히려 이런 모린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Over the moon에선 17세 행위예술가워너비로밖에 안 보였지만, 원래 좀 같잖은 예술 하는 게 모린. 이것이 이 배우의 모린이라는 걸 넉넉히 알려주었습니다. 그냥 어린 아이예요. 나중에 88년생인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황진이 OST에서 그대 보세요와 해어화를 부른 그 최혜진씨더군요. 노래 잘 하셔요. Over the moon이 모린의 첫 등장으로 중요한 임팩트를 담당한 넘버인데, 이 날은 막공이어서인지 관객들 호응도 좋았어요. 뮤지컬 매니아 층에서 앞쪽 관객을 점령한 것 같긴 했지요. 유달리 호응이 좋은 구역이 있었거든요. 거지석(Christmas bells 몇 번 째인지 모를; 리프라이즈에서 노숙자들이 관객에게 구걸합니다.)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음메~ 에서도 아주 적극적이었죠. 렌트는 관객 호응이 있을 수록 신나는 공연이기 때문에 함께 즐거웠습니다.
마크는 적역이었습니다. 처음엔 마크를 정말 싫어했는데, 보면 볼 수록 불쌍해요. 자신도 알고 있듯 언제나 한 발 바깥에서 내레이터 위치를 맡고 있죠. 로저와 룸메이트지만 사실 로저는 마크보다 콜린에게 애정이 깊은 것 같아 더 불쌍하구요. 콜린도 전화해서 바로 물어보는 게 로저냐 확인하는 거고, 나중에 콜린이 안 올 때 걱정해주는 건 마크인데 들어와서는 로저랑만 시시덕대고... (쓰다 보니 내가 외려 마크를 불쌍하게 만드는 것 같;) 둘 다 성공하지 못한 예술인 지망생이면서 왠지 모르게 로저가 마크를 더 무시하는 것 같고; 그래서 더 냉소적으로 변하는 캐릭터이지만 What you own 중 Alexy, I quit!이 이 날만큼 진실되게 전달된 적도 없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예술은 본인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면 예술인 거고, 전엔 자기가 쫓던 길에서 기어이 예술의 한 봉우리를 피워내겠다는 게 느껴졌지요. 특히 La vie Boheme이 신나더군요. 이 때 의상이 오리지널과 가장 비슷했기 때문일 지도 몰라요. 저와 일행은 공연 전부터 계속 왜 의상은 똑같이 안 가냐며 투덜거렸거든요. 이 불만이 극대화된 건 베니. 베니는 몇 번 말했듯이 제가 렌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인데요, 무려 보라색의 새틴 셔츠, 단추는 세 개나 풀고ㅠㅠ 이건 웬 정찬우인가요ㅠㅠ 게다가 한국 공연의 베니는 더욱 비열해요. 아, 베니, 불쌍해!ㅠㅠㅠ 이래서야 까지 말라고도 못 하겠어! 조앤에는 조금 실망이었지만 어차피 렌트에서 조앤은 비중이 적죠. 그런 걸 감안해서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다는 느낌.
불평을 적자면 한도 끝도 없을 수 있어요.; 가장 대표적으로 번역이라든가, 여전히 스무스하지 못한 연출이라든가. 그런데 이 연출상의 구멍은 제가 워낙 렌트에 익숙해져서 이젠 뭐 거의 눈에 띄지도 않구요.; 신인들이 모여 만든 공연이기에 학예회스러운 분위기는 어떻게 해서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즐거운 학예회였는걸요. 이 공연으로 렌트에 빠지게 된 사람은 얼마 없을 거라고 생각하긴 해요. 렌트가 본래 혼자서 7년 동안 만든 것이다 보니 헛점이 많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미 충분히 렌트를 사랑하는 저에겐 일정선 만족의 역치는 넘겨주는 공연이었고, 이 공연을 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미가 살아나고 앤젤이 다시 뛰어들어올 때부터 울면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고마워요, 나의 렌트.
3. 자나, 돈트
- 090330 20:00
- 김호영 자나 막공
역시 호평이 쏟아졌던 김호영 씨의 자나, 역시 듣던 평 그대로. 딱 사랑스럽고 반짝거리는 공연이었습니다. 그야말로 그리스와 하이스쿨뮤지컬의 게이 버전인 공연인지라, 여기에 또 어떻게 덧붙일 말이 없는데요. 이렇게 신나는 공연들은 어두운 분위기의 공연보다 리스크가 적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필수적으로 채워야 하는 요소들은 있게 마련이지요. 그렇게 자주 올라가고 또 그다지 큰 연기력 가창력이 요구되지도 않는 그리스도 여러 번 욕을 먹잖아요. 모든 게 적당한 공연이었습니다. 세종M씨어터 사석 적고 좋은 극장이고요, 넘버들은 발랄하고 분위기를 노골적으로 전달해서 해석의 여지를 별로 주지 않지만 이런 넘버도 충분히 못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고요, 정신 사납긴 했습니다만 그 덕분에 인터미션 없이 2시간 가는 데도 덜 지치게 되었고, 해피 엔딩으로 찝찝하지 않게 해 주는 서비스까지. 극장 근처에 살았더라면 이틀 걸러 한 번씩 보러 갔을 것 같아요. 놓치지 않고 보길 잘 했어요.
...막 내린 공연들 이제 와 평 쓰는 건 대체 무슨 심보.
# by | 2009/04/03 19:50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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