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ly retarded

마끼아또

카페라떼, 카푸치노, 마끼아또. 들어도 들어도 헷갈립니다. 라떼가 이탈이아어로 우유니까 카페라떼는 커피 우유...까지는 짧은 상식으로 유추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둘은 뭐냔 말이예요. 검색해보면 카푸치노는 우유 거품이 들어가는 거래요. 그럼 마끼아또는 뭐냐. 이것도 거품이래요. 차이가 뭐여... 10년이 넘게; 갖고 있던 이 의문을 지난 번 커피 디자인 방문 때 사장님께 초면 검색질;로 해소했습니다. 카페라떼는 스팀 밀크+에스프레소. 카푸치노는 거기에 거품의 비율이 높은 것.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 위에 거품만 살짝 올린 것. 그러니까 뒤로 갈 수록 에스프레소 맛이 진해지고 우유가 적게 들어가는 거지요.
설명을 들으니까 마끼아또라는 게 뭔지 마셔 보고 싶었는데, 당시엔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마실 수가 없는 상태였고, 다른 때엔 평소 마시는 아메리카노나 에스프레소, 라떼를 마시느라(그러니까, 안전한 주문-_-;) 시도해보지 못했어요. 그러다 얼마 전의 주말. 아침에 약속을 잡았는데 못 일어날 것 같아서 밤을 새고, 나갔다 오고, 커피를 마시고 싶은데 뭘 마실까, 이런 상태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속이 쓰리지 않을까, 맛도 잘 안 느껴질 것 같은데 그럼 에스프레소를 마실까, 근데 추워서 따뜻한 걸 마시고 싶은데, 그냥 오늘도 라떼를 마실까...하고 들어갔다가 왠지! 나를 부르는 느낌에! 마끼아또를 주문해보았습니다.

근데 아... 아... 아......................................

너 무 맛 있 어 요

세상에 커피란 액체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는 것이었군요ㅠ_ㅠ 커피란 콩은 이런 맛을 내 주는 식물이었군요ㅠ_ㅠ 맛있는 커피는 몸 상태에 상관없이 그냥 어쨌든 무조건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었군요ㅠ_ㅠ 저는 왜 이제서야 마끼아또를 마셔본 것일까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데미타쎄에 담겨 나옵니다. 그러니 에스프레소의 향이 더 짙게 느껴지구요. 데미타쎄 반쯤 채우는 에스프레소 위에 나머지 공간을 우유 거품으로 채웁니다. 사진에서는 사진 찍느라 구도 잡는다고 시간이 흘러 거품이 좀 죽고 단단해졌는데, 나왔을 때 바로 마시면 부드럽고 풍성한 우유 거품을 맛볼 수 있어요. 이런 향과 맛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요, 맛이 풍부하다고 밖에는. 에스프레소에서는 쓴 맛에 가려지는 커피 특유의 맛이, 우유 거품에 잡혀 오히려 더 섬세하게 살아나는 것 같아요. 아 에스프레소 커피엔 이런 맛도 있었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끄레마가 일단 눈에 보이지 않으니 빨리 마시지 않으면 이 끄레마가 다 꺼져 버릴 거라는 고민을 안 해도 되어 좋군요; 뒤에선 살짝 탄내가 나는데, 그게 또 거슬리지 않고 좋더라구요.
마신 곳은 물론 전민동 작은 커피집:) 아아 가까운 곳에 이런 커피집이 있다는 게 행복해요ㅠ 전민동에 있어주어 감사합니다;ㅁ;
이런 걸 써야 돼, 이런 걸 올려야 돼! 나 맛있는 거 먹었다고 자랑해야 돼! 하는 생각에 다음엔 카메라를 가져갔습니다.

 










왼쪽은 동행이 마신 카라멜 마끼아또. 이건 라떼 잔에 나옵니다. 만드는 데 어떤 차이를 두시는 지 궁금해요. 마셔보지 않아서 맛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단 걸 무조건적으로 싫어하는 건 아닌데, 커피와 홍차는 제게 '달지 않아야 할 것'의 범주에 속해요. 동행의 말로는 깔끔하다고 합니다.
오른쪽은 다른 손님의 주문에 만들었는데 남았다고 주신 핫초콜릿. 꺅! 윗부분의 맛이 리치한 게 유지방을 어떻게 넣으신 건가 궁금하던데... 마시멜로우일까요? 그럼 좀 더 달 것 같은데 음... 지금도 꽤 달고요. 유지방 맛이 강렬합니다. 맛에서 그 크리미함이 많은 퍼센티지를 차지한다기보단, 맛이 세다고 할까@_@ 점점 저도 알 수 없는 표현이 되어가구요. 맛의 퍼센티지에서 초콜릿 부분이 더 높았으면 좀 더 제 취향에 가까웠겠지만, 이것도 맛있어요. 이렇게 단! 음료가 필요할 때가 있지요. 역시 동행의 말로는 "처음엔 무슨 팥죽인 줄 알았다." 이 얘기 듣고 웃다가 쓰러질 뻔 했어요.



마무리는 의미없는 투샷. 오늘은 카푸치노를 마셨어요. 라떼도 우유가 거품 모양으로 덮여 나오던데 둘이 무슨 차이인지 체험;하고 싶었거든요. 이로써 쓰리스텝을 모두 밟았습니다?; 카푸치노는 라떼보다 우유 거품이 성긴 느낌이에요. 한 잔 마시면 우유 수염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계피 가루를 같이 주시길래 한 번 뿌려 봤는데 꺙 여기 계피 맛있어요... 달콤한 맛이 살짝 나고, 향이 강합니다. 끝까지 거품이 잘 안 꺼지고, 덜 부드러워진 에스프레소가 더 진한 향을 내고. 재밌는 맛이었어요. 그동안 마끼아또에 반해서 매일같이 마끼아또를 마시다가 아 맨날 마끼아또 아니면 에스프레소인 이 입맛 좋지 않다, 이제 아메리카노는 잘 못 마시겠다, 마침 이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는데 이제 한동안은 카푸치노를 마실 것 같아요.

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인생 몰라요~


+
이글루스는 사진 올리는 시스템이 굉장히 불편하군요; 사진 잔뜩 올리며 포스팅하시는 분들 존경합니다-_-; 편집해서 추가하면 무슨 기능이 있나 해서 봤더니 그냥 픽셀 수 조정과 액자... 난 레벨 조정이라도 되는 줄 알았지!

by 정해민 | 2008/11/27 03:20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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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지그 at 2008/11/27 16:19
마끼아또는 얼룩이란 뜻이에용!
메뉴 상 마끼아또는 에스프레소에 스팀 밀크를 살짝 얹는 거지만,
얼룩이라는 뜻을 보자면 카라멜 마끼아또 쪽이- 우유에 커피(에스프레소)로 갈색 얼룩을 내니까 이름을 잘 살렸다고 볼 수 있겠지요.

스팀 밀크를 만들 때 거품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는데, 라떼는 두께가 몇mm 정도로 가볍게 올라오고요 (하지만 좀더 두껍게 내는 집도 많음...) 카푸치노는 1cm 이상이에요. 그리고 스팀밀크의 온도도 조금 더 높게 내고, 커피 비율이 많아서 라떼보다는 살짝 커피맛이 진하지요. 커피 비율이 높은 건 카푸치노 잔이 작아서인데(...) 요새는 카푸치노도 큰 잔에 하는 데가 많으니까, 정석이랄까 원래 레시피와는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가요.

에스프레소 즐기시면 설탕도 넣어서 꼭 드셔보세요. 이탈리아에서는 무려 5g...을 넣는다는데 그냥 작은 티스푼으로 한두 스푼이면 충분하고요. 그냥 마실 때보다 산미가 억제되고 향이- 아우, 참 느낌이 달라진답니다.

으하 오덕오덕ㅜㅜ
아 근데 상경은 언제 하세요? 언제든 오시면 저랑도 커피 마시러 종로 와주세용!
Commented by 정해민 at 2008/11/27 17:54
지그님~;ㅅ; 이글루스를 완전 떠나신 줄 알았어요. 리햅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아 여기서라도 뵈니 막 완전 반갑구요. 설명 감사해요>_< 쓰면서 아 지그님은 아시지 않을까 했는데 진짜루 와서 코멘트 달아주셨네요. 그렇구나 지그님을 낚으려면 커피 포스팅을 하면 되는 것이었구나ㅋㅋ

에스프레소에 설탕 넣어 마시는 거 좋아해요+_+ 근데 설탕 넣으면 끄레마가 같이 가라앉는 게 아까워서 막 5g씩이나 넣진 못하겠어요; 아 설탕 두 티스푼이면 5g 안 되나요? 어차피 한 티스푼밖에 안 넣지만 웅 홍차 우릴 땐 찻잎은 한 티스푼에 2~3g이란 느낌으로 넣었거든요. 하긴 찻잎이랑 설탕이랑 밀도가 다르겠지만...

커피 오덕 대화 너무 재밌어요ㅋㅋ 계속 해 주세요! 와! 계속 지그님을 낚아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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