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ly retarded

Rent (2)

Rent (1) - 조나단 라슨 이야기

기본적으로 렌트의 주조는, 슬픔입니다.
이들의 웃음은 자조이고, 이들의 사랑은 절망이며, 이들의 미래는 없죠. 예술의 길 좀 걸어 보겠다고 무작정 뉴욕에는 왔는데 춥고 배고픈 매일이고(Rent), 예전에 있다고 생각했던 재능은 다 타버린 지 오래인 것 같고(One Song Glory), 사랑 좀 해 보려고 해도 장애물이 많고(Another Day), 하루 하루가 인생의 마지막 날일 지도 모릅니다(Will I?). 이들도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예술가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을 거예요. 모린 빼고-_- 코멘터리에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가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얘길 많이 들었어요. 마크나 로저나 별 재능도 없어보이는데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조나단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그런 게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이들에게 열정이 있다는 것이죠." 전 사실 재능없이 열정만, 이런 거 안 좋아합니다. 아주아주 안 좋아해요. 꼴사납고, 민폐고, 슬프니까요. 젠킨스 부인쯤 되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블로깅은 아직 예술의 축에 안 들어서 다행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렌트가 싫었어요. 계속 말해왔던 것처럼요. 이젠 달리 보입니다. 이 사람들은 춥고 배고파도,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아도, 계속해봤자 뭐 하나 자기한테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예술을 그만둘 수 없는 거예요. 너무 좋아하니까. 재능 그런 거 이제 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난 계속 나 가던 길을 갈랜다, 모든 터부를 거부하면서(La Vie Boheme).

캐릭터 얘기를 좀 해 볼까요.
위에서 제가 조나단 라슨이 로저에게 자신을 투영했다는 얘길 들었다고 했지요. 다큐멘터리에는 조나단의 친구가 이렇게 말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마크, 로저가 조나단인 건 아니에요. 미미, 조앤, 콜린스, 앤젤, 모린, 모두에게 조나단이 있어요." 그러나 베니까지 주인물 일곱 명, 누군가에게 초점을 맞추지 않기엔 너무 많은 인생을 다루고 있거든요. 또 뮤지컬이니까 무대도 있어야 하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크와 로저의 비중이 큽니다. 이야기는 마크와 로저로부터, 그들이 무단 점거한 아파트로부터 시작해서 그 곳에서 끝나요. 이런 얘기도 들었어요. "얘네 일곱 명 얘긴데, 이상하게 로저와 친구들 같아." 그럴 수 밖에요. 총 34곡, B 파트나 reprise를 빼면 30곡, tune up 3개와 voice mail 5개를 더하면 38곡의 노래에서 로저의 노래가 9개입니다. (Seasons of Love같이 합창하는 노래나, Today 4 U처럼 추임새로 등장하는 노래는 뺀 수예요.) '그럼에도 사랑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조나단 라슨의 의도에 맞추려면, 마크와 로저 중에서도 커플;인 로저의 비중이 더 클 수 밖에 없겠죠. 아무렴요, 재능 접힌 싱어송라이터 얘기도 해야 하고, 불쌍한 예술가 얘기도 해야 하고, 미미랑 사랑도 해야 하는걸요.
조나단의 친구가 말한 '캐릭터 안의 조나단'에서 베니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아마 조나단에게 베니처럼 군 사람이 있었을 거예요. 실제로 스쿼터였다고 하니까요. 그 때 받은 게 얼마나 억울했으면, 자기 뮤지컬에까지 등장시켜서 내내 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극 안에서 생각해 보면요, 베니가 너무 불쌍해요. 이 애들이 베니에게 하는 건 부당하지요. 본인들도 어렴풋이 알 거예요. 베니에게 이러면 안 된다는 걸. 그래서 더욱 베니에게 못되게 구는 거죠. 그건 화라기보다 어리광에 가까워요. 넌 우리랑 같이 춥고 배고픈 예술하고 있었는데, 혼자 빠져나갔으니까 이 정도는 받아도 돼. 그렇지만 여전히 베니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베니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렌트 무리가 살고 있는 건물 일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계속 자기가 하고 있을 거라고. 여전히 좋아하니까, 용서할 수 없겠죠.
미미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있나요? 미미는 제가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했던 캐릭터고, Light My Candle은 렌트에서 저의 페이보릿 씬 중 하나입니다.



아,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를 안 좋아할 수도 있을까요. 전 여자 친구 얘기가 나오려니까 말을 돌리고, 일부러 엉덩이를 보여주며 꼬시고, 또 일부러 촛불을 꺼서 다시 들어올 구실로 삼고. 나중에 Out Tonight이 되면 미미가 노래를 부르며 아예 오늘밤 놀러 나가자고 하는데 로저는 너같은 약쟁이랑 안 놈ㅇㅇ 하고 거절합니다. 으아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여자가 꼬시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는 거야 로저 넌 성자냐 고자냐. 그저 찬양 미미 찬양입니다.
조앤은 모린의 애인이 아니라면 여기 나올 수 없는 캐릭터예요. 렌트 무리 중 유일하게 예술하는 사람이 아니고, 정규 수입도 있죠. 무려 변호사거든요! 조앤도 얘네랑 놀고 싶은데 낄 건덕지가 없어서 억지로 끼어 들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모린 말고 다른 캐릭터와 부르는 노래는 모린의 전 애인 마크와 함께 모린의 sluttishness에 대해 까는 Tango: Maureen이 유일합니다. 그나마 영화판에서는 We're Okay도 사라져서 조앤 노래는 딱 두 개예요. 조앤도 좋아합니다. 전 원래 이렇게 마음 주고 안절부절 못 하는 캐릭터에 약해요.
모린은... 아... 할 말 업따... 걍 제가 싫어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캐릭터; 자의식 과잉의 아티스트. 근데 위에서 말했죠 모린이 제가 글케 좋아하는 Idina Menzel이구요... 아... 아... 아... 전 요즘도 렌트 듣다가 모린이 공연하는 곡 Over the Moon 나오면 안 듣고 다음으로 넘겨요... 이게 모린이 처음으로 나오는 씬인데요, 후... 난 모린이 무슨 대단한 예술을 하나 궁금했었는데... 그 뿐이었는데...
마크. 우하하. 마크 노래는 다섯 갭니다. 로저 다음으로 많아요. 근데 왜 이렇게 희미해 보일까요. 그야 저 다섯 개 중 세 개가 로저랑 같이 부르는 거니까 그렇죠. 마크는 로저랑 같이 사는 애 이상의 비중이 아닌 겁니다; 마크 안 좋아해요. Life Support에서 "어, 전 에이즈 환자는 아니구요, 전 그냥, 아 그러니까 전, 전 여기 제 다큐멘터리에 좀 도움이 될까 해서 온..."하면서 에이즈 환자들을 철저히 타자화시켜버리거든요. 그리고 본인도 친구들 찍어 팔아먹으려고 하면서, 베니 제일 열심히 까는 애가 마크예요. 미안 마크, 그래도 Rent는 좋아해.
앤젤이랑 콜린스 얘길 안 하고 있었네요. Santa Fe와 I'll Cover You를 가진 이 커플 또한 안 좋아할 수가 없겠죠. 뮤지컬 내에서 가장 열심히, 처음부터, 싸움 하나 없이 화기애애하게 사랑하는 커플이에요.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앤젤이 곧 죽거든요. 그래서 콜린스의 슬픔이 더 도드라지지요. 앤젤이 죽고 나서 후반부는 미미와 로저 커플에게 포커스가 넘어가 콜린스는 합창곡이 아니면 나오지도 않습니다-_- 앤젤은 참 할 말이 많을 수 있는 캐릭터예요. 흑인에, 게이에, 드랙퀸이거든요. 그렇지만 렌트에서는 앤젤의 그러한 특성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앤젤은 그냥 앤젤, 우리 친구, 거리의 드러머예요. 전 이게 렌트의 큰 미덕이라고 봐요. 특이한 구성원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내보이는 것. 콜린스는 MIT에서 컴퓨터 철학 교수를 하다가 뉴욕에 온 해커입니다. 나중엔 ATM을 해킹해서 돈을 빼내기도 합니다...그런데 이렇게 재주 많은 애가 왜 거리에서 사니? 90년대의 IT 신격화가 농축된 캐릭터랄까; 대체 못 하는 건 뭔가 궁금해지죠.

완벽한 캐릭터는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미미는 결국 약을 못 끊고, 베니는 무려 불륜남;입니다. 그 외에 동성애 커플이 둘, 에이즈 환자가 넷. 렌트엔 한둘만 들어 있어도 충격적일 이야기가 수제 소시지마냥 꽉꽉 차 있어요. 그걸 조합하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그저 이슈만을 위해서 이야기를 넣은 게 아니지요. 조나단 라슨은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평범하고, 모두가 아름답다고.

Rent (3) - 그리고 남은 이야기

by 정해민 | 2008/10/31 11:17 | 트랙백 | 핑백(2)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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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요. You'll See는 당연히 좋죠. 베니 노래인걸요. 이쯤 되면 제가 렌트 무리 중에서 베니를 편애한다는 게 지겨울 정도겠어요.너무 길어서 끊었습니다.다음에 이어집니다.Rent (2) Rent (3) - 그리고 남은 이야기 ... more

Linked at 파란장미원 : Rent (3).. at 2008/11/01 12:10

... Rent (1) - 조나단 라슨 이야기Rent (2)영화 렌트는 뮤지컬을 상당히 잘 이식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던 대로, 영화에서는 뮤지컬과 비교해서 몇 곡이 빠졌어요. You Okay Honey?, On the Street ... more

Commented by 지그 at 2008/11/04 03:58
글 올리셨을 때 보고 와~ 포스팅하셨다 룰루왔다가 '예전에 있다고 생각했던 재능은 다 타버린 지 오래인 것 같고'에 격침당해서 울며 돌아갔어요. ㅠㅠ
재미있을 것 같네요. 저도 영화라도 봐야겠습니다.
프로필의 모자쓴 아가씨 넘 이뻐요!
Commented by 정해민 at 2008/11/04 05:23
헉...ㅠ_ㅠ 그래도 로저는 결국 One Song Glory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자신의 노래를 찾아요! (근데 그게 뭔지는 들려주질 않아요 아놔-_-) 로저가 그랬듯 모두의 인생엔 별이 기다리고 있다고 믿어요.
영화 처음 보시면 빼먹은 구석이 많아서 좀 헷갈리실 지도 몰라요. 캐릭터 설명이 덜 되는 부분도 있어서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구요. 만일 DVD로 보신다면 두 번째 디스크를 보시길 강력추천합니다!
모자 쓴 아가씨 넘 이쁘죠. 예전에 웹서핑 하다가 마음이 쏙 들어서 저장해 놨는데 분명 무슨 잡지 스캔이지만 무슨 잡지인지 어떤 브랜드 옷인지 모델 이름은 뭔지도 아는 바 전혀 없는... 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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