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31일
Rent (1) - 조나단 라슨 이야기
이 글은 뮤지컬 렌트, 주로 영화에 대한 글입니다.
렌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 교보 문고에서였습니다. 10년 간 브로드웨이에서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 렌트가 한국에 온다! 는 전단지였죠. 아 그렇구나 뮤지컬 중에 렌트라는 게 유명하구나 하고 넘어갔어요. 그 때 전 뮤지컬을 지금처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 다음에 알게 된 것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였습니다. 그 유명한 뮤지컬 렌트가 영화로 만들어진다! 이런 거였죠. 뭐 만들든 말든. 그 때 쯤엔 렌트가 대충 어떤 내용이란 것 까진 알고 있었는데, 전 스쿼팅이란 거에 호감이 없거든요.
그리고 작년, 유튜브에서 Wicked 동영상을 보는데, 그 아래에서 누가 코멘트로 Idina Menzel이 렌트의 모린이라더구요. 전 Wicked를 엄청엄청 좋아하거든요. 여기에 대해선 또 언젠가 쓸 날이 오겠죠; 말하다보면 한자락이라. 줄여 보면, 아이디나 멘젤은 제가 좋아하는 Wicked에서 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스트입니다. 한 마디로 좋아하는 애 나와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는 거예요. 아이디나라니, 아이디나라니! 그 때 전 아이디나 멘젤에 목말랐거든요. (지금도 그래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데... 처음부터 어이가 없었어요. 영화에서는 Seasons of Love로 시작하지만 오리지널에서 첫 곡은 Rent잖아요? 또 영화니까 한글 자막이 뜨는데 "집세를 안 낼 거야, 올해도, 내년도" 하는데 이건 뭥미... 뭐 이런 것들이 다 있어?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니, 영화가 곱게 보일 리가 없지요.; 게다가 아이디나 때문에 봤는데 렌트에서 모린의 비중은 뭐 Wicked에서 닥터 딜러먼드의 비중 정도?ㅠ.ㅠ 아 그래도 미미는 귀여웠죠. 그 정도가 끝이었어요.
그런데 제 주위 몇몇 사람들이 렌트를 엄~청 좋아하는 거예요. 어떤 분은 울적할 때마다 렌트 필름을 돌려 본다고도 하시고. 그래서 렌트 OST를 종종 듣기도 했는데, 아휴, 아무리 들어도 전 이 노래들이 별로 좋지가 않은 거예요. 영화를 볼 때부터 음 이 노래는 좋네, 했던 Santa Fe와 I'll Cover You, Take Me Or Leave Me를 제외하고는요. 그리고 첫곡은 여전히 Rent...-_-; 그래서 플레이리스트에서 띠리릭 아래로 가 Santa Fe부터 듣기도 했어요.
근데 듣다 보니까 좋더군요. 이젠 좋아하게 됐어요.
끗
아 재미 없죠... 나의 렌트史를 되짚어 보다가 여기서 막히더라구요. 내가 어쩌다 렌트 OST를 계속 듣게 됐더라;? 암튼 뭐, 넘어가고, 한동안 렌트 OST를 들었어요.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캐스팅으로요. 내용 생각이 잘 안 나더라구요. 모린이랑 조앤이 언제 싸웠더라? Take Me Or Leave Me 앞뒤에 어떤 씬이 있더라? 울적할 때마다 렌트를 돌려 본다는 분께 여쭤봤더니 음 내일 다시 볼까 하시데요. 같이 보자고 했죠.
시시덕대면서 보니까 재밌었어요. 마크 불쌍해ㅠㅠ 베니 까지 말라능ㅠㅠ 이런 거 혼자 보거나 극장에서 볼 땐 못 하잖아요. 시작할 때 크레딧이 나오는데, Jonathan Larson이란 이름이 나오자 같이 보던 분이 쟤야 쟤, 쟤가 원작자인데 쟤가 로저래. 이러시더군요. 아 그래서 영화에서 로저가 제일 잘생겼구나ㅋㅋㅋㅋㅋㅋ 정도가 당시 제 반응이었죠. 다 보고 나니까 시간이 좀 남았어요. 넓은 화면에서 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아까워서, 시간도 있는데 코멘터리나 틀어볼까? 싶어서 코멘터리와 함께 영화를 다시 보고 있었어요. 귀찮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장면만 보자~ Light My Candle부터 봐야지~ 하고 돌렸는데 "조나단의 죽음을 함께 겪었기 때문에..." 하는 코멘트가 나오더라구요. 읭? 죽었어? 하긴 이거 오래됐지... 읭? 근데 쟤들은 안 죽었고? 하긴 아무리 오래돼봤자 원작자가 벌써 죽은 게 정상적일 리 있나, 뭔 클래식도 아니고; 프랭크 와일드혼도 아직 살아 있는데. 읭? 죽음을 함께 겪었다고? 늬들이 걔랑 무슨 사인데? 이런 의문이 계속 나왔죠;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봤어요.
"안녕하세요, 애덤이에요. 안녕하세요, 앤쏘니에요." 이런 인사부터 시작하는데 난 애덤이 누군지도 모르고 앤쏘니가 누군지도 모르고... 별 상관 없겠지 하고 그냥 보는데 계속 "여기서 애덤이..." "여기서 앤쏘니가..." 그러니까 난 늬들이 누군지 모른다니까. 에라 몰라! DVD2를 틀었어요.
DVD를 틀어도 늘 영화 알맹이만 보고 말지, 부가 영상을 본 건 처음이었어요. 코멘터리를 본 것도 처음이었죠. 렌트 DVD2에는 잘린 씬과, 조나단 라슨 다큐멘터리가 있었습니다.
아!
그건 정말 O.헨리적인 이야기였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조나단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그의 성공과 실패, 친구들의 이야기, 죽음을 담고 있어요. 간단히 말하자면 조나단은 혼자서 몇 개의 뮤지컬을 만들었고, 실패했고, 라 보엠으로 뮤지컬을 만들어보라는 소리에 소설을 토대로 뮤지컬을 썼고, 그 작업에 몇 년이 걸렸고, 그 와중에 스쿼터가 되기도 했고, 친한 친구들 몇몇은 에이즈로 죽었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게 렌트고, 이미 다 노래와 이야기가 다 만들어진 후에도 제작에 잡음이 있었고, 겨우 자본을 잡고 극장을 빌리고 배우를 캐스팅해서 제작했습니다. 정식 개막 전날 밤에는 일종의 프리뷰, 소규모 시사회가 있었죠. 반응이 좋았어요. 기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고, 조나단이 평생 바라던 일, 타임즈에 기사가 나는 것도 꿈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 날 밤 집에 돌아와 차를 우리던 새벽 1시 반, 조나단은 죽었습니다.
시골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 오던 조나단의 부모님은 비행기 안에서 조종사에게 부탁해 간신히 조나단의 친구와 통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늘 밤 쇼는 어쩌죠? 라는 말에 그들은 막을 올려라, 그게 그 애가 원한 일이야. 라고 대답했습니다. 배우들은 정상적으로 쇼를 진행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서 노래만 부르기로 했어요. 하지만 끝까지 그럴 수는 없었어요. La Vie Boheme이 되자 모두들 테이블 위로 올라가 춤을 추게 되었다고요. 조나단의 노래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다고요.
그 후 렌트는 우리가 아는 것처럼 대흥행을 하게 됩니다.
앞에서 구구절절이 얘기했던 것처럼, 전 처음엔 렌트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Rent에선 아무리 봐도 우리 예술가임ㅇㅇ 대우 바람. 난 예술가니까 생활도 예술의 일종임. 으로 밖에 안 보였어요. 집세 안 내고 살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할 것이지 전기를 끊었다고 화를 내? 늬들이 안 내는 전기세 그거 다 베니네 집에서 내는 거야! 하고 또 베니 까지 말라능ㅠㅠ으로... 각설하고; 이 다큐멘터리를 본 후엔 달라졌습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조나단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알게 된 이상 뮤지컬에 대한 삐딱한 시선이 지속될 수 없었던 것도 한 몫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에요.
렌트가 나온 후 매표소 앞에서 밤을 새워 표를 사는 렌트헤드가 줄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들이 왜 그랬는지도 알겠어요. 이건 그들의 이야기예요. 렌트가 나온 것은 96년, 이 때 미국에선 한참 에이즈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었지만 오피셜한 대책은 없었습니다. 그 때까지 죽은 사람이 10만 명이 넘었는데도요. 스쿼팅 또한 비일비재한 일이었어요. 당장 살 곳이 없는 사람들은 버려진 건물에 들어갔죠. 아니면 공원에 살거나요. 9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에선 렌트가 극이 아니었어요.
또한 노래가 아름답습니다. 그 어떤 비하인드가 있다고 해도, 뮤지컬에서 노래가 좋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사랑을 받겠어요. 처음부터 좋았던 Santa Fe나 I'll Cover You, Take Me Or Leave Me는 물론이고, 처음엔 싫어했던 Rent나 Today 4 U도 이젠 아주 좋아합니다. Rent에는 락 뮤지컬의 넘버다운 힘이 있고, Today 4 U는 앤젤의 흑인 목소리를 잘 드러내주는 곡이죠. 두 곡 모두 렌트의 캐릭터들이 그렇게 옳은 도덕관;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는 걸 보여주고, 또 그래서 좋습니다. 이미 반쯤 자포자기한 예술가 지망생들이 모여 나쁜짓 자랑하고 히히덕거리는 느낌이거든요. 귀엽고, 불쌍해요. You'll See는 당연히 좋죠. 베니 노래인걸요. 이쯤 되면 제가 렌트 무리 중에서 베니를 편애한다는 게 지겨울 정도겠어요.
너무 길어서 끊었습니다.
다음에 이어집니다.
Rent (2)
Rent (3) - 그리고 남은 이야기
# by | 2008/10/31 08:00 | 트랙백 | 핑백(2)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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